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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12:52:37 조회 : 508         
   이 모습 이대로 -송민선 성도님의 글 이름 : 이근호(IP:119.18.83.168)   
올 누드 그리고 쌩얼

오래전 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양국이 서로 결혼 동맹을 통해 전쟁을 피하며 서로 화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결혼을 하기로 한 공주가 자신이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하기 싫다면 도망을 쳤다. 다시 붙잡혀 오긴 했지만 상대국에서는 이미 빈정이 상했고 자신의 나라의 법은 정혼자가 도망을 치다가 잡히면 귀족들과 장군들이 모두 모인 파티장에서 누드로 서있게 하는 형벌을 준다고 했다. 공주가 속한 나라는 상대보다 약하기에 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 도망을 쳤던 공주는 누드로 그 파티장을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에 자기 언니에게 이렇게 말을 하며 당당히 들어간다. “저 안에 있는 건 짐승들뿐이고 사람은 없으니 부끄러울 게 하나도 없어.” 라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공주에게 쏠렸지만 표정이 너무 당당하고 태연하다. 그런데 그 무리 중 어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알 수 없는 부끄러움과 수치로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 파티장을 뛰쳐나와 성벽에서 투신하려한다. 그때 그 남자는 그녀를 뒤따라와서 그녀의 손을 잡아 구해주고 자신의 망토를 그녀에게 덮어준다. 그리고 그 남자와 공주는 그 곳을 빠져나가고 그 사건이 개기가 되어 양국은 전쟁에 돌입한다...

결혼 이후에는 아이를 키우며 거의 프리랜서로 벌이를 해서 거의 10년 만에 직장에 취직을 한 것 같다. 아가씨 때 여러 직장을 경험해 보았지만 그 때의 동경은 늘 정의로운 사장님, 착한 사장님이었다. 직원들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런 오너가 있는 회사.
이제 6개월 쯤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직장 생활이 너무 지긋지긋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상하다. 사장은 부처스타일이고 팀장은 테레사 수녀 같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딱 내 스타일인데. 이제 누가 누가 착하기 배틀만 하면 되나?’ 착한 척 하는 거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 쓰고 있는 가면 그대로 입고 있는 옷 그대로를 유지하면 제법 편안한 회사 생활이 될 거라는 상상을 한다. 교육을 받고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주 짧은 기간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다. ‘손이 갈게 없는 사람,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 신입 같지 않다는 칭찬’ 이제 능력을 인정받아 좋은 곳에 배치만 되면 몸도 좀 편하고 수입도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물론 천박하게 표를 내지는 않는다. 늘 겸손한 표정과 태도로 자기를 관리한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발표되었다. 능력과 상관없이 실력이 없어도 차가 없다는 이유로 함께 들어온 동료는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고, 나는 차가 있다는 이유로 뺑뺑이 제대로 도는 조건에서 일하게 되었다. ‘아차, 우리 오너는 착한 사람이었지...’ 올라오는 짜증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가면과 옷들이 필요할 지경이다. 엄청난 관리력으로 고객들의 인정을 받는 나에 비해 동기 동료는 ‘실력이 없다, 서비스가 맘에 안든다’ 는 불평과 함께 계약 해지 요청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안일한 동료의 모습에 화가 난다. 차라리 모르면 좋겠는데 그 화난 이유가 동료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 자리에 나를 배치시켜 주지 않은 상황이 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 알수록 마음속이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 더 가관인 건 착한 사장이 이렇게 말을 한다. ‘잠시 스쳐가는 고객보다도 아직은 약하지만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착한 동료를 보호해 주고 싶다고...회사의 손실과는 상관없이 기다려 주고 싶다고...’ 감동해야 할 순간에 왜 감동이 안 되는 걸까...
젊을 때 그렇게 만나고 싶은 사장님 상인데 지금은 왜 이리 화가 나는 건지. 당장에 그 동료를 자르고 나를 그 좋은 조건으로 옮겨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고고한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 두려워서 마음에 가득 찬 쓰레기를 밖으로 흘리지 못하고 봉쇄하느라 가면을 몇 개를 쓰고 옷을 몇 겹을 입는지 모르겠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착한 사장님의 마음을 악용해 근태를 밥 먹듯 하고 자기가 벌인 잘못들을 사장에게 직접 수습하도록 잘도 떠넘긴다. 열심히 관리하고 고객을 만족시킬 아이디어를 짜며 성실히 일하다가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짜증이 만 땅 일어나고 그 짜증의 원천이 발각되기 까지 더 열심히 일하며 발악한다. 제발 내 능력을 인정해서 몸 좀 편하고 돈 많이 벌수 있는 조건으로 배치해 달라는 무언의 발악. 속에 있는 쓰레기들이 부패 할대로 부패해서 이제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본인은 알 턱이 없다. 그리고 갑자기 몸의 통증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내 속의 쓰레기를 다 폭발 시키는 불씨가 된다. 가면도 다 태워버리고 여러 겹으로 무장했던 옷들도 다 태워버린다. 나름의 차분한 목소리로 사장님이 말한다. “너무나 알아서 척척 일해주시니까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아픈 티도 안내시고... 그런데 처음의 이미지와는 다른 부분도 있으시네요...” 직장 동료들이 둘러서 한마디씩 한다. “착한 팀장님께 왜 사람들이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지. 말이 인격이라는데...무심코 한 말이 상대에게는 비수가 되어서 꽂히는 것도 모르나...” 이야기를 들으며 당황하고 창피하고 짜증난다. 기왕 다 들통난거 이판사판이다 싶어서 “몸이 아파서 이제 이 조건에서는 더 이상 일 못하겠어요. 좋은 조건으로 옮겨 주세요. 아니면 다 정리해 주세요.” 말 하면서 스스로 느낀다. 내가 예전에 진짜 싫어했던 진상들이 하던 행동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나. 뛰쳐나가고 싶다... 착한 사장님은 최대한 힘들지 않도록 대체 직원을 뽑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 한 달 내내 신입이 면접 보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무런 소식이 없다. 차라리 더 참을 걸. 가면 몇 개 더 쓰고 옷 몇겹 더 입을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신상은 신상대로 다 털리고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고 몸은 갈수록 힘들고 정말 지랄 발광 후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런데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좀 따끔거리던 직원들의 시선도 이제는 담담하다. 신경 쓰나 안 쓰나 달라지는 거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가볍다.

복음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우연히 들렸고 들었는데 끌렸다. 창녀가 천국에 간다는 세리가 천국에 간다는 말씀이, 무화가 나무가 저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기쁘고 또 기쁘다. 세상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기쁨이고 그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으니 감사하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눌 분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언제나 이 짧은 기쁨과 감사는 가면과 옷이 없이 누드와 쌩얼로 있을 때,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가 오직 그 한 분과의 접촉이 있을 때, 그리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때만 잠시 느낀다. 어떤 손에 붙잡혀 있고, 그 분이 덮어 주시매 구질구질한 모습이 지긋지긋한 삶이 왜 이리 기쁘고 감사한지. 진짜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 걸까...알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걸까.
 이근호 18-02-25 12:58 
'지옥 건드려보기!' 과연 어디서나 지옥이었네요. 그러나 그 어떤 신의 체험도 자신의 욕심을 빼놓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일종의 넋두리에 그칩니다. 한맺임의 발로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탄생된 인생이 하나님이 주선해주신 삶의 공간 안에서 충분하게 지옥체험하라고 성도님에게 허락해주셨습니다. 분명 제가 광주강의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먹는 것, 입는 것으로 족한 줄로 알아. 내일 염려는 내일하라."(마 6:31-34)  성도님의 잘못은 '기대했다'는데 있습니다. 목표도 갖지 마시고 기대도 하지 마세요. 설치고 싶은 대로 설치시고 책임지지 마세요. 차분하다고 해서 흙탕물 아닌 것이 아닙니다. 맑은 윗물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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